한달 반간의 북경 경험을 바탕으로, 어제 그리고 오늘.
어디서부터 설명을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
어제.
6월27일 2008년. 금요일.
서울에 가기 하루 전날. 오랜만에 “사람 만나느라” 바쁜 날 이였다. 나로써는 북경에서 흔치 않은 날 이였다.
일단 오랜만에 출근을 안 하기에, 6:30am 핸드폰 알람시계은 없었고, 8:30am까지 편하게 잠자리에 누워있었다. 되돌아보면 참 신기한 건, IU에서는 오후 1시가 되어도 피곤하다고 계속 누워있었는데, 한 달간의 습관으로 아침 8시부터 더 이상 잠을 청할 수 없었다. IU 에서 늦잠 혹은 결석을 할 때마다, 내 자신을 ‘인간말종’이라고 자책하며, 매일같이 고통스러워 하고 있었는데, 아직 희망이 있다는 걸 느끼며, 마음속 먼지 쌓인 캔버스 위에 ‘승리의 V’ 웃음을 스케치했다. 아직 희망은 있다는 거 아니겠나. 우하하하하!!
하여간, 샤워하고, 북경어학연수원에 다니시는 김인경양을 보러, 근처 스타벅스에 가서 잡담 한 시간 해주고, 저녁에 자기 남자친구 생일 파티 초대도 받고 (참여는 못했지만), 같이 Open Tide China에서 인턴 했던 김지서양의 졸업 미술 전시회에도 참여하고, 점심도 같이하고, 같이 회사에 가서, 인턴 증명서도 받고, 사무실 한 바퀴 돌면서 작별인사 하고, 옆 사무실에 계시는 아버지 친구분에게도 인사 들이고, 저녁은 신세 지고 있던 조선족 가족 분들이랑 저녁식사를 하고, 인경이가 저녁 11시에 클럽에서 파티 한다고 전화 왔는데, 거.절.했.다. …. 주의할 점은…… 거.절.했.다. 여기서 핵심 토픽이 흘러나왔다. 난 거절하고서 혼자서 방에서 1분간 생각에 잠겼다. 내가 늙어서 놀러 나가는 것에 대하여 게을러 졌구나 하면서. ……
그냥 짐 싸고 잤다.
<May.2008 @ Beijing>
오늘.
6월28일 2008년. 토요일.
서울 가는 날. 대한항공 안타고 중국동방항공 티켓을 샀다. 젊은 학생 & 인턴으로써, 절약 정신 투철하게 살아보겠다고. 아침 9시30분 비행기. 공항에 8시 20분에 도착했다. 혼자서, ‘후훗. 오래 안 기다려도 되겠군’ 하면서, 당당하게 공항에 들어갔는데, ‘아니 이게 뭐야!’, 오후 3시로 딜레이 됐잖아. 화가 치민다. 아주 뒤통수 팍팍 친다. 어제 삼성 핸드폰 전무님이 저녁 대접해주신다고 했는데, 조선족 가족 분들이랑 먹어야 한다고 해서 못 먹고, 그럼 아침 사주신다고 했는데, 아침 비행기라서 안 된다고 했는데. 아니, 나 회사에서 윗사람한테 아부 떠는 거 한번 연습 좀 해보나 했는데. 뭐야. 동방항공 정말 실망이야. 인생에 도움이 안돼. 그래서, 항공사에서 호텔에서 쉬라고 데려다 줬는데, 아니.. 이게 뭐야.. 완전 비호감 호텔. 예전에 다운 받아놓고 못보고 있던 ‘그레이즈 아나토미’ 두 편 정도 시청하니깐, 점심 도시락이 배달 왔다. 다시 한번 ‘아니! 이게 뭐야!’ 이거 완전 중국 인부들도 안 먹을만한 음식을 줬잖아. 다시 한번 뒤통수 때린다. 짐을 들고 무작정 내려와서, 나 지금 공항에 데려달라고, 여기는 못 있는다고.
그래서, 난 지금 공항에 있는 커피숍에서, 아메리카노 없어서, 에스프레소랑 뜨거운 물 주문해서, 혼자 혼합시켜서 마시며 인터넷 한다. 반바지, 반팔인데, 여기 에어컨은 왜 이렇게 강한지, 춥다. 거참, 힘든 하루다.
<June.2008 @ Beijing>
마무리.
말이 길었다. 한달 반 동안, 회사 업무 면에서는, 내가 예상했던 다양한 경험은 못했다. 하지만, 예상하지 못했던 부분에서 많은 걸 느끼고, 배웠다.
문화의 중요성. 난 한국인이고, 한국 문화에 많은걸 안다고 생각했지만, 상당히 미숙했고, 가야 할 길이 많았다. 첫날, 과장님께 ‘구자경씨’ 라고 불렀다. ‘김준하씨’ 하기에, 난 ‘구자경씨’ 라고 했을 뿐이다. 이게 문화의 차이였다. 아니, 내가 덜 배워서, 교육의 차이라고 해야 하나? ㅋㅋ 난 ‘Mr.구자경’ 정도로 생각했다. 회사 첫날부터 무개념으로 찍혔었다. 윗사람한테는 ‘000님’ 이라고 호칭해야 한다고 배우고, 교과서에 안 나오는 문화교육을 하나씩 헤쳐나갔다. 중국인들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사무 환경이 너무 낯설고, 난 한국인도, 중국인도, 미국인도 아닌, 자아정체성을 찾기 힘들어했다. 그러나, 차츰 열심히 자리를 지키고 앉아 있으면서, 단점을 장점으로. 어떠한 하나에 완벽하지 않지만, 모든 면에서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이 알고, 느끼고, 배우고 있었다. 한층 자신감을 가지면서 모든 일이 편해졌다.
언어의 중요성. 영어 번역, 중국어 번역들은 쉬웠다. 시간만 투자하면, 결과는 쉽게 나오니깐. 한국인과 의사소통도 편했다, 매일 쓰는 언어니깐. 중국어는 10년간 사용하지 않아서, 당황스러웠다. 분명 머리 속에 있는데, 서류 번역도 쉽게 해서 자신도 있었는데, 막상 대화를 하다 보니깐, 단어 하나가 생각 안 나면, 대화가 끊겼다. 상대편을 리드 하려면, 불만을 표현하려면, 강력하게 표현해야 하는데, 말을 못해서 말이 끊기면, 자신감이 무너지는, 초라함의 그 자체였다. 겁이 나서 피하기도, 한국직원들과 어울리려 했다. 시간이 지나며, 차츰 중국어에 대한 기억들이 돌아오기 시작하면서 많은 참여를 하기 시작했다.
집사람의 중요성. 집사람이 꼭 부인이라기 보다는, 자기를 돌봐줄 사람이라고 말해야 하겠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 옆에는 밥을 잘해주는 사람이 있어야 할거 같다고… 맞벌이를 한다면, 밥 잘하는 가정부라도. 일하는 사람이, 새벽같이 나가서 저녁에 들어오면, 밥이라도 잘 처먹어야 하는데, 안 해주면 난 죽는다. ㅋㅋ
하여간.
이 세상에 경쟁자들이 상당히 많다. 참 이기적인 생각이지만, 나하고, 내 친구들만 다 성공하고, 다른 사람들은 그냥 평범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ㅎㅎㅎㅎㅎㅎ
그리고 서울가면, 멋진 친구들과 멋진 추억을 만들고 싶다. I feel like I can love everyone right now. >_<
Saturday, June 28, 2008
딜레이와 그로 인한 나의 장편 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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